영국의 극작가 카릴 처칠은 2009년 1월,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를 취재하고 돌아와, 한 편의 짧은 희곡 ‘일곱명의 유태인 아이들 (Seven Jewish Children)’을 발표했다. 런던의 로열코트 극장을 비롯 영국의 3개 기관이 희곡의 전문을 무상 배포한 것을 시작으로 뉴욕, 런던, 텔아비브, 카이로, 몬트리올 등 세계 각지에서 각각의 문화와 언어에 맞는 형식으로 공연되어 뜨거운 반응을 만들어냈다. 2010년 10월 서울연극올림픽 국내작 중 하나로 상상만발극장에 의해 국내초연 되었으며, 작가의 뜻에 따라 입장료 대신에 모아진 기부금 전액은 팔레스타인 구호기금인 MAP(Medical Aid for Palestinians)으로 보내졌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홀로코스트부터 70년 동안 유태인의 역사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작품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거대한 역사의 순간이 아니라, 어느 가족의 어느 날들, 고통의 장면, 희망의 장면, 분노의 장면들일 뿐이다. 일곱 장으로 나누어지는 이 공연에는 각 장에 한 명의 어른이 등장한다. 어른은 끊임없이 관객에게 요구한다. ‘그 아이에게 이 말을 하세요’ 혹은 ‘이 말을 하지 마세요’, 이 질문은 다시 관객에게 던져진다. 현실을 직시할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외면하고 난 시선을 어디로 둘 것인가!
이 작품에서 테크놀러지는 보이지 않는다. 영상은 저장된 화면의 재생이 아닌, 무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다른 각도일 뿐이다. 카메라는 처음엔 무대 위의 배우와 현상을 응시한다. 그리고 극이 계속되면서 그 대상이 점차 관객을 향하고, 엔딩에 이르러서는 오로지 관객만을 향한다. 단지 응시와 외면이 보일 뿐. 이 공연에서 쓰이는 미디어는 관객의 인식의 흐름을 따라가기도, 관객에게 특정 시각을 강요하기도, 실재하는 무대 위의 현상을 외면하거나 배반하기도 하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현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