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3. 12:21ㆍ25_공터의 에티켓
다세계극장 연작
공터의 에티켓
연출 이라임, 공동구성
2025.08.14.-08.24.
연희동문화공간 iei-!
제작 상상만발극장2
순서
다세계극장
연출의 글
공터의 에티켓
모르는 채로 (곁에) 있기
창작진
제작진
2025 다세계극장 라인업
상상만발극장2
다세계극장
상상만발극장은 우리의 세계와 극장에서 하나가 아닌 이질적인 세계들이 중첩되고 충돌하며 존재하는 불가해한 감각을 포착해 이를 응시하는 연작 작업인 [다세계극장]을 이어오고 잇습니다. 2023년 <미래의 동물>로 시작한 [다세계극장]은 '도시', '우주', '시간', '세계'라는 세부키워드를 통해 2025년 <러브미투마로우>, <공터의 에티켓>, <사물들>, <파린>을 포함, 2027년까지 총 12편의 신작 연속발표로 이어집니다.
연출의 글
몰입이 안 되는 순간이 자주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만져지는 것에 집중하기가 자꾸 어려워집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말과 행동과 마음에 집중하는 것도 덩달아 어려워집니다.
그걸 깨닫는 순간은 매번 괴롭고 불안합니다. 흘러가는 시간과 지나치는 공간, 스쳐 가는 존재들이 매번 아쉽고, 이렇게 놓쳐버릴 것 같아서 불안해합니다. 바닥에 발을 딱 붙이고 눈앞에 있는 것을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앞으로 걸어가는 것을 바라왔는데, 허공을 응시하며 표류하듯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집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유를 찾자면 끝도 없습니다. 엄마와 통화하며 친구에게 답장했기 때문이고, 커피를 사며 본 적도 없는 북극곰을 걱정했기 때문이고, 초콜릿을 먹으며 호르몬에 대해 생각했기 때문이고, 러시아 SF소설을 읽으며 진도 대파에 대해 말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지금 여기에,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이해할 수 없는 채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도저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지금 여기에서, 우주가 팽창하듯 한없이 늘어지는 지금 여기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낼 수 있을까요?
전체를 볼 수 없는 극장에서, 전체를 볼 수 없는 공연을 함께 보며, 지금 여기를 즐겁게 지나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을 전부 긍정하고도, 두려워하지 않을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라임
공터의 에티켓
시놉시스
누군가 공터에 있다. 누구의 것도 아니고, 그래서 누가 다녀가도 이상하지 않을 공터에 있다.
나는 공터를 찾아온 누군가에 대해 생각한다. 누구인지, 왜 왔는지, 어디로 갔는지, 다시 돌아올 예정인지를 생각한다.
상상하고 추측하고 단정 짓고 의심한다.
공터의 에티켓
<공터의 에티켓>은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공연됩니다. 사람은 세 개의 층에 동시에 존재할 수 없기에, 침입하고 머무르고 떠나는 움직임이 반복됩니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언제나 결여되어있고,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는 언제나 좌절됩니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극장에서,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습니다. 나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누군가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찾고 그 경험을 공유합니다.
노변의 피크닉
본 공연은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SF소설 <노변의 피크닉>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노변의 피크닉>은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은 외계인의 방문이 그저 피크닉이었다는 상상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마주한 인간의 불안을 선명하게 그려냅니다.
“바로 그겁니다. 우주의 노변에서 열린 피크닉. 그런데 당신은 그들이 돌아올지 아닐지를 나에게 묻는군요.”
<공터의 에티켓>은 의도와 목적을 알 수 없지만, 분명히 다녀간 어떤 무심한 존재에 대한 상상을 모티브로 일상에서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연결을 시도하고, 실패하고, 또다시 시도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모르는 채로 (곁에) 있기
공터의 에티켓이라는 말은 이상하게 들립니다. 공터는 말 그대로 빈 곳이라서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아무것도 없는 곳에는 당연히 에티켓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에티켓은 특정 대상(들)을 위한 몸가짐 혹은 마음가짐이니까. 대상(들)이 없으면 에티켓도 없는 게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거기에 정말 아무것도 없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질문이 필요합니다. 무엇이 있어야 아무것도 없지 않은걸까요? 사실 공터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관심의 대상이 아니거나, 실제로 보이지 않거나, 그것이 당신에겐 정말 아무것도 아니더라도. 무언가가 공터에 (당신과) 함께 있습니다.
대단한 존재들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물론 대단한 존재들일 수 있지만. 지금 등 뒤를 지나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개미에 대해서 생각해보세요. 혹은 개미가 밟고 있는 콘크리트 바닥도. 아, 옆에서 투명수트를 입고 있는 외계인과 앉아 있는 귀신도요. 그리고 귀신도 외계인도 보이지 않는 공기들.
그렇다면 이제 에티켓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아마 에티켓(들)이 되어야겠지만, 에티켓(들)을 위한 에티켓, 아마도 우리가 아는 에티켓과는 다른, 근본적으로 다른 몸 혹은 마음을 가지는 일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식과 감각의 바깥에 존재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와 함께 하려면. 왜냐면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않으니까.
알 수 없는 대상과 함께 하는 가장 가능한 방법은 그냥 모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상식적으로 가장 불가능한 방법 같지만, 이미 그것의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 찾아온다면 그 범주는 언제나 뒤집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아는 것만이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가능한 방법이라고 믿곤 합니다.
그 기저에는 그 어떤 것에도 접근할 수 있고 해석할 수 있다는 과신이 존재합니다. 당신 앞에 서 있는 그것보다도 그것이 숨긴 뒤편 어딘가에 진짜 혹은 본질이 있을 거라고 믿는 경향은 거의 상식처럼 여겨집니다. 사람들이 사는 물질세계는 그 모든 접근과 해석을 위한 도구들로 팽창해왔습니다.
극장은 그런 경향에 가장 잘 맞춰진 공터입니다. 비밀, 사랑, 죽음, 사건, 시간, 존재 등등 모든 감춰진 것들은 2시간 안에 객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모든 걸 내비치도록 되어있습니다. 음영 없이 모든 걸 열어주는 공동체를 위한 공간인 극장에서 알지 못하도록 끝내 열려있지 않은 것들은 없는 것이 됩니다. 아무리 있다고 해도 말이죠.
그런 극장에서 모르는 채로 멈추기. 그럼에도/그래서 (곁에) 있기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모르겠음이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있는 하나의 방법임을 나누는 일은. (곁에) 있다는 것은 항상 상호적입니다. 내가 그것의 곁에 있으면 그것도 나의 곁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 나야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 것으로 살 수 있게 됩니다. 극장 바깥은 점점 더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공터의 에티켓>은 그런 세계에서의 에티켓, 근본적으로 낯선 에티켓을 연습하는 공연입니다. 파편들을 재조합하는 게 아니라 그 파편들 자체가 덩어리의 방식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함께 하기. 그리고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 것으로 있기. 그건 극장이라서 불가능하지만 오히려 극장이라서 가능한 연습일지도 모릅니다.
극장 바깥을 나가는 순간부터, 이제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공터들을 만나게 될까요? 오늘의 연습이 우리를 그 모든 공터에서 더 많은 것들과 (곁에) 있을 수 있게 만들기를 바랍니다.
김상훈
창작진
연출 이라임
<안젤리나 졸리 따라잡기>
출연 김현
<러브미투마로우>, <하얀 밤을 보내고 있을 너에게>, <그것은 너의 말이다>, <역사탐험연구소>, <낮은 칼바람>, <미래의 동물>, <천만 개의 도시>, <코리올라너스>
출연 김슬기
<러브미투마로우>, <하얀 밤을 보내고 있을 너에게>, <빵야>, <낮은 칼바람>, <미래의 동물>, <파우스트>, <윙키>, <햄버거 먹다가 생각날 이야기>
출연 전혜인
<러브미투마로우>, <AR연계공연셋업; 서울왕립극단 기술융합미래 어쩌구 지원을 받았다고 가정함>, <연극 안 하기 - 바보런하기>, <서대문구민들이 바라는 장면>, <그것은 너의 말이다>, <히라타오리자를 위한 유튜브 스크립트>, <미래의 동물>, <다페르튜토 쿼드>
공간 김형연
<러브미투마로우>, <하얀 밤을 보내고 있을 너에게>, <그것은 너의 말이다>, <활화산>, <출입국사무소의 오이디푸스>, <파랑새>, <신파의 세기>, <미래의 동물>, <그로토프스키 트레이닝>
사운드 홍석영
<구십구명의 꼬마들과 나눈 대화>, <거대한 마술>, <카페인 중독>, <안젤리나 졸리 따라잡기>, <타임머신 프로젝트>, <우리가 어디까지 깊어질 수 있을까?>
제작진
공동구성 박해성 조서연 김상훈
오퍼레이터 박은강
홍보물디자인 박먼지
영상기록 삼인칭시점
사진기록 옥상훈
제작PD 이시은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주체지원사업
제작 상상만발극장2
2025 다세계극장 라인업
2025년 상상만발극장은 [다세계극장]연작으로 러브미투마로우, 공터의 에티켓에 이어 2편의 신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물들 2025.09.19.-25. 선돌극장
연출 조서연 원작 조르주 페렉
1960년대 파리. 이제 막 사회로 진입한 두 청년 제롬과 실비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것은 소유와 욕망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 삶. 하지만 언제나 더 큰 욕망만을 부추기는 세계 안에서 그들의 삶은 좌절과 조급함, 그리고 찰나의 행복 사이를 오가며 불안하게 흔들립니다. 조르주 페렉의 동명소설을 기반으로 연극과 소설, 현재와 과거라는 두 차이에 주목해 지금-여기에 흐르고 있는 다층적인 시간의 감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파린 2025.12.05.-14. QUAD
작가 전성현 연출 박해성
재난과 전쟁의 시대에 우리의 안온한 일상이 위태롭게 겹쳐져 있습니다. 사건과 사건 바깥의 관계에 대한 응시를 통해 우리의 일상이 타인의 비극과 어떻게 겹쳐있는지, 우리의 비극이 어떻게 일상 속에 겹쳐있는지에 대해 사색합니다.
상상만발극장
극장에 있는 관객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배우들은 극장에서 어떤 존재가 되는지, 이들이 만나는 극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극장은 어떤 곳인지에 대한 탐구에서 우리의 연극은 시작됩니다.
극장에서 우리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지금의 세계를 집요하게 응시합니다.
2008년부터 창작을 이어온 유연하고 역동적인 작업공동체입니다.
상상만발극장1: 극장의 최소단위를 실현합니다.
상상만발극장2: 극장의 가능성을 확장합니다.
상상만발극장3: 집중된 창작의제를 통해 극장의 맥락을 다시 짓습니다.
러브미투마로우 2025 [극장2]
하얀 밤을 보내고 있을 너에게 2024 [극장2]
연극철지남 2024 [극장1]
그것은 너의 말이다 2024 [극장3]
은하철도의 밤 2023 [극장1]
미래의 동물 2023
스푸트니크 2022,2020,2019
도덕의 계보학 2022,2021
아는 엔딩 2020
코리올라너스 2020,2016
뒤 돌면 앞 2019
믿음의 기원 2: 후쿠시마의 바람 2018,2015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2017
파티: 그로테스크챔버앙상블 2017
3분 47초 2015
믿음의 기원 1 2013,2012,2011
천 개의 눈 2013
영원한 너 2012
아이에게 말하세요: 가자지구를 위한 연극 2011,2010
타이터스 2011,2009
비상사태 2010
십 이분의 일 2009
수상
동아연극상 작품상 <하얀 밤을 보내고 있을 너에게(2024)>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믿음의 기원 2: 후쿠시마의 바람(2015)>
*상상만발극장은 자원의 효율적 배치와 웹접근성 제고를 위해, 2023년부터 텍스트 위주로 최소화한 데이터용량의 웹표준포맷으로 온라인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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